처음 자동화를 시작했을 때는 항상 ‘어떻게 만들까’부터 고민했다.
어떤 도구를 써야 할지,
어떤 기능을 넣어야 할지,
어떤 방식이 더 효율적인지.
머릿속에는 늘 구현 방법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렇게 시작한 자동화는 완성되지 않거나, 완성해도 오래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별 기대 없이 간단하게 만든 자동화는 생각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그 차이를 한동안 이해하지 못했다.
기술의 문제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한 가지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동화를 오래 사용하는 사람들은 만들기 전에 반드시 ‘질문’을 한다는 것.
무엇을 만들지 고민하기 전에
이게 정말 필요한지,
유지할 수 있는지,
계속 반복되는 일인지부터 확인한다.
그 이후부터 나도 자동화를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 질문을 먼저 하게 되었다.
지금은 거의 습관처럼 이 질문들을 머릿속에서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질문들 덕분에 쓸모없는 자동화를 만드는 일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오늘은 내가 자동화를 할 때 항상 먼저 하는 질문 5가지를 세 가지 기준으로 정리해 보려고 한다.

1. 이 작업은 정말 반복되고 있는가?
자동화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기술적인 가능성이 아니라 반복의 빈도다.
자동화는 결국 반복을 줄이기 위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종종 반복되지 않는 일까지 자동화하려고 한다.
예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어떤 작업이 그날 따라 유난히 귀찮게 느껴졌다.
그래서 자동화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조금 지나고 보니 그 작업은 일주일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일이었다.
결국 자동화를 만드는 데 쓴 시간이 실제로 절약할 수 있는 시간보다 훨씬 더 많아졌다.
그 경험 이후 항상 이 질문을 먼저 하게 되었다.
“이 작업은 얼마나 자주 반복되는가?”
지금은 나름의 기준도 생겼다.
- 하루에 3번 이상 한다
- 일주일에 10번 이상 한다
- 한 번 할 때 5분 이상 걸린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자동화를 고려해 볼 가치가 있다.
반대로 가끔 하는 일이라면 아무리 귀찮아도 자동화의 우선순위는 낮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귀찮음의 강도가 아니라 반복의 빈도라는 점이다.
이 기준 하나만 적용해도 불필요한 자동화를 상당히 줄일 수 있다.
2. 이 작업은 규칙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자동화를 몇 번 만들어 보면서 점점 분명해진 사실이 하나 있다.
자동화는 똑똑해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해서 작동한다는 것.
어떤 작업은 생각보다 쉽게 자동화가 되고, 어떤 작업은 계속 막히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는 기술의 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그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규칙의 명확함이었다.
자동화는 사람처럼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신 정해진 규칙을 정확하게 실행한다. 그래서 항상 이 질문을 던진다.
“이 작업을 한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예를 들어 이런 작업은 자동화하기 쉽다.
- 제목에 특정 단어가 있으면 분류한다
- 파일 이름이 특정 형식이면 저장한다
- 시간이 되면 알림을 보낸다
- 숫자가 기준을 넘으면 메시지를 보낸다
이건 모두 명확한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런 작업은 자동화가 어렵다.
- 중요한 내용을 판단한다
- 상황에 맞게 정리한다
- 분위기를 보고 대응한다
이건 규칙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요즘은 자동화를 시작하기 전에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해 본다.
“이걸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설명이 길어지고 예외가 계속 늘어난다면 그 자동화는 잠시 미루는 편이 낫다.
이 기준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절약해 준다.
3. 이 자동화를 내가 계속 사용할 수 있는가?
자동화를 만들 때 우리는 종종 완성하는 것에만 집중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진짜 중요한 것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계속 사용하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된다.
예전에 꽤 공을 들여 만든 자동화가 있었다.
여러 조건을 넣고 여러 기능을 연결해서 꽤 복잡한 구조를 만들었다.
처음에는 정말 잘 돌아갔다.
그런데 몇 달 뒤 외부 서비스의 구조가 바뀌면서 자동화가 멈춰 버렸다.
문제는 고치는 방법을 기억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설정은 여러 군데에 흩어져 있었고,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결국 그 자동화는 다시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 경험 이후 항상 이 질문을 먼저 한다.
“이걸 3개월 뒤에도 내가 고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생각보다 많은 선택을 바꾼다.
예를 들어
- 너무 복잡한 구조는 피하게 되고
- 외부 의존성이 많은 기능은 줄이게 되고
- 설명을 남기게 되고
- 단순한 방식으로 만들게 된다
또 하나 항상 함께 떠올리는 질문이 있다.
“이 자동화를 만든 뒤, 내가 정말 계속 사용할 것인가?”
자동화는 만드는 순간이 아니라 사용하는 순간부터 가치가 생긴다.
그래서 요즘은 이렇게 생각하려고 한다.
‘가장 똑똑한 자동화’보다
‘가장 오래 버티는 자동화’를 만들자.
자동화는 결국 질문에서 시작되는 것 같다.
자동화를 잘하는 사람을 보면 기술이 뛰어나서라기보다 불필요한 시도를 줄이는 기준이 명확한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 이 질문들을 습관처럼 사용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자동화를 만드는 속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실제로 오래 쓰는 자동화의 비율은 확실히 늘어났다.
지금도 새로운 자동화를 만들려고 할 때 항상 이 질문들을 먼저 떠올린다.